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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인문정신/부엉이 울음소리

서로서로 응원하기 !

 

 

 

/발렌타인데이. 전국의 커플들은 서로에게 달콤한 초콜렛을 맥이느라 정신이 없었겠지.

솔로이지만 나는 불쌍하지 않다. 도서관에서 초콜릿 같은 책을 꾸역꾸역 삼켰으니까. 다만 내가 먹은 초콜렛은 카카오 함량이 너무 높았나보다. 박민규의 <지구영웅전설>. 왜 그리도 씁쓸하던지.  

 

멘토링 중인 친구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저녁 먹으러 내려오는 길에 있었던 일이다. 뭔가 발렌타인데이맞이 이벤트 같은 홍보물이 벽에 붙어있는 걸 발견.

 

이거 진작 봤으면 이런거나 하러 가는 건데 우리처지 참 처량하다

 

라고 말했는데, 시간이 아직 온사이드 였다. 그래서 그냥 갔다. 이게 입대이후 나의 가장 달라진 점인데, 좀 땡기면 그냥 간다. 나는 존나 자유로운 반백수니까.

가보니 이게 왠 걸. 그곳은 '2012 청년등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서 선정되어 1년간 활동을 한 창원지역 예비 '사회적 기업가들' 의 활동내역결산 자리였다. 이번 행사는 '청춘마실'과 'FunVillage' 두개팀의 합작 이벤트로서, 지인들 몇명이 참석한 열다섯명 남짓의 '소담~한' 자리 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느냐는 나의 물음에)

 

창원에도 이런 재미있는 일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펀빌리지 촌장님의 넘치는 유쾌 에너지로 인해 짧았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스토리/테마가 있는 모임을 계속해서 만들고 싶다는 그분의 아이디어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

과연 그러한 기획들이 이벤트성, 일회성의 유쾌함을 넘어설 수 있을까? 그 노력들이 이 퍽퍽하고 메마른 세계에서 촉촉하고 '쫀득'한 관계망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이런 류의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 분들의 지향점과 나의 노선은 조금 거리가 있다. 하지만 내 삶의 현-단계에서는 노선투쟁 따위는 당연히 없기 때문에 !

창원에 있는 동안 교류를 하면서 무엇인가 배울 수 있을 것 같고, 재미있는 일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할 일이 없으니까...

 

뭔가 좀 재미있게 살아보려는 모든 이들의 용기를 응원하고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다만, "홈 파인 길"에서 조금이라도 탈주하려는 이들은 짱구를 정말 빡세게 굴려야 한다. 그건 빡세게 사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면서, 훨씬 중요한 지점이다. 힘내라 내 짱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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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내가 2월달, 발렌타인데이 무렵에 내 블로그에 올렸던 짧은 포스팅이다. 이 모임에 참석함으로써 펀빌리지의 촌장 울랄라님을 알게 되었고, 울랄라님을 알게 되서 대푯님을 처음 만나게 됬다. 그때 '이 사람 뭐하는 사람이지? 아 궁금해 !'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으나, 그 이후로 내가 나름 정신없이 사느라 자칫 시나브로 흘러가버릴 뻔한 인연이었는데 ! 경남 여성회의 '지금은 00할타이밍'이라는 프로젝트 출범 파티에서 또 울랄라님이 나를 불러주어서 다시 대푯님과 만나게 되었고, 그게 인청공단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울랄라님께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다.

 

여튼 이 글을 포스팅하고 2주가 지난 시점에, 울랄라님에게 굉장히 격앙된 톤으로 카톡이 날라왔다. 블로그에 글을 올려주어 고맙다며, 생각지도 못했는데 너무 힘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반응은 나 역시도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기에 다소 당황스럽고 또 '그게 뭐 대단한거라고'하는 생각에 쑥쓰러웠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은, 열정을 가지고 무엇인가 해보려는 사람들에게 작은 관심과 인정이 작지 않은 힘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내가 작은 에너지를 들인 응원의 메시지가 누군가에게 큰 에너지가 되어 줄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자연의 얄짤없는 질량-에너지 보존 법칙을 넘어선,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 이다. 지금 인청공단은 시작단계라서 아무도 찾는 이 없지만, 바로 이런 때이기에 작은 관심이 더 고맙고 댓글 하나가 더 감격스러운 것이다.   

 

결론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바람부는 언덕의 잡초같은 사람들 일수록, 우리끼리 더 열심히 칭찬하고 더 열심히 파이팅 해야 한다는 것 !

그것이 바로 연대의 비결이며 즐거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