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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인문정신/니체 세미나

#0 니체 세미나 <준비 동작>

<내일부터 매주 수요일에 니체 세미나를 시작합니다. 니체의 망치와 다이너마이트로 

일상을 뒤흔들수 있는 몸, 말 잔치가 시작됩니다. 세미나를 준비하며 아래 글을 준비해보았습니다.> 



#0 니체 세미나

2013. 07.03.

인문만화책방 '앗!'   


<천개의 눈> 

눈처럼 쉽게 길들여지는 게 또 있을까? 광학의지(Wille zur Optik) 혹은 시각 체제-사물을 특정한 방식으로 보는 훈련, 큰 것을 작게 작은 것을 크게 보는 훈련, 두 개의 눈으로 한 가지 진리만 보는 훈련! 그러나 여전히 많은 눈들이 있다. 진리를 묻는 자 스핑크스도 눈을 가졌고, "인간"이라고 답하는 자 오이디푸스도 눈을 가졌다. 따라서 아주 많은 진리들이 있고, 따라서 어떤 진리도 없다. 


<천개의 길> 

"아직 밟아보지 못한 천 개의 작은 길이 있다. 천개의 건강과 천개의 숨겨진 삶의 섬들이 있다." 세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천 가지 방식이 남았다. 갈 길을 못 찾았다고? 그러나 길은 없어진 게 아니라 넘쳐나고 있다. 길의 부재가 아니라 과잉으로서의 카오스! 그런데 반듯한 길이 사라지고 미로뿐이라고? 덕분에 길은 여행자들에게 나누어줄 기쁨을 숨겨둘 수 있었지. 


<천개의 기원> 

역사의 뿌리나 열매를 신성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묻혀 있어야 했는가! 그러나 "모든 사물의 기원은 천 겹이다." 지혜로운 탐사자라면 무지하고 소심한 자ㅡㄹ이 지나친 많은 것들 속에서도 파편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천 겹의 주름 속에 숨겨진 사건들이 햇빛 속에 놓이게 될 때 신성한 것들의 거짓이 떨어져 나가리라.


<천개의 젖가슴> 

과학적 인식이라고? 가치중립이라고?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니고 양성 공유자도 아니고 다만 중성일 뿐인 인간들, 성적 불능자들" 대낮같이 밝은 인식을 떠들면서도 밤 만되면 열린 창을 훔쳐보기 위해 지붕 위를 싸돌아다니는 수고양이들. 인식으로부터 욕망을 몰아내겠다고? 너희는 욕망의 창조성을 모른다. 너희는 왜 "바다의 욕망이 태양을 향해서 천 개의 젖가슴으로 부풀어 오르는지" 모른다. 너희는 왜 태양이 그것에 입 맞추고 애무하는지를 모른다. 참된 인식이란 사물들을 애무하는 것이다.  


<천개의 주사위> 

별써 부터 평균을 구하지 말라. 우리들은 세계라는 도박대 위에서 판을 벌이는 도박사들. 우리에겐 매 번 던져지는 주사위가 다 소중하다. 겨우 천 번? 우리는 벌써 천 한 번째 주사위를 주시하고 있다. 여섯 개의 면밖에 없다고? 우리는 동전의 앞 뒤 면만 가지고도 무한한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자유정신의 소유자들이여 또 한 번의 주사위를 던져라. 세계는 너희를 위해 천 개의 섬을 준비해두었다. 


<천개의 화살> 

아포리즘들은 모두 화살이다. "아포리즘과 화살" 그것들은 읽혀지기를 바라는게 아니라 쏘아지기를 바란다. 누구든 활을 들고 쏘아라. 급소를 맞춘 화살의 저 떨림을 보라, 저 흔들림을 보라. 아포리즘들만이 아니다. 모든 책들이 망치가 되거나 다이너마이트로 사용되기를 바란다. 저기 니체라는 화살통에 천개의 화살이 들어있다. 저기 니체라는 이름의 다이너마이트들이 널려있다. 


<천개의 가면> 

무릇 심오한 인간들은 가면을 좋아한다. 가면 뒤의 얼굴? 가면만이 진정한 얼굴이며, 가면 뒤에는 다른 가면이 있을 뿐이다. 호기심 많은 분이시여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요. 주리려거든 부디...또 하나의 가면! 제 2의 가면을 주시오. 허락하신다면 제3의 가면도...진정한 니체의 얼굴이 보고 싶다구요? 여기 니체의 가면이나 하나 받으시오. 


<천개의 이야기> 

아직도 천 개의 이야기가 남았다. 요리사 니체가 소개하는 우연을 냄비에 끓이는 법-나는 우연이든 나의 냄비로 끓인다, 낚시꾼 니체의 독자 낚는 법-나의 모든 작품은 낚시 바늘이다, 우주 비행사 니체의 타임머신 타지 않고 시간을 넘나드는 법-나는 미래 속으로 날아갔었다, 다이버 니체가 말하는 인간이 가보지 못한 심연으로 잠수하는 법-길게 숨을 쉬고 나서 잠수하라, 그래야만 깊은 바닥까지 볼 수 있으리라. 아직도 니체에 관한 천 일 밤낮의 이야기가 남았다. 



원문 출처: <니체, 천개의 눈 천개의 길/고병권/소명출판/17-21p/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