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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청(소)년 공작단 /Silk Screen

4/22 감광기 제작 준비

는 페이크고, 부산 여행.

 

초 저예산, 아니 무-예산 프로젝트기 때문에 당연히 감광기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같은 무자본가들에게 완제품을 사는 건 당연히 사치이며 씻을 수 없는 죄악이다.

해서, 도매상에서 감광기 재료를 하나하나 도매상에서 오프라인 최저가에 저렴하게 구입했다. 

그렇게 아낀 것으로도 모자라서, 대표님께서는 나무상자는 길에서 주워다가 마련하자는 경영방침을 발표하셨다.

돈도 아끼고, 아나바다를 뛰어넘는 폐자원의 순환을 이루어내자는 그분의 의지에 그만 내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 붉어진 눈을 가지고, 나는 오늘부터 거리의 쓰레기들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아, 다시 눈시울이 한층 더 붉어진다.

 

 

주말을 잘 보내고, 월요일 낮 시간에 감광기를 만들 재료를 구하기 위해 부산에서 모였다. 3호선 망미역에서.

 

 

부산 망미동에 위치한 C모 전구점에서 구입한 재료들. 형광등 8개, 안정기 4개, 기타 부속 자재들과, 지금은 구하기 힘들다는 '좋은 전선'

구리가 많이 들어있어야 좋은 전선이다. 좋은 전선이 포함 된 적절한 재료조달인데,

전체적인 비쥬얼이 좀 구리다.

 

 

 

 

 

 

대푯님. 마치 한 폭의 프링글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감광기 제작을 글로 배운 우리들의 무지를 계몽시켜주기 위하여, 어렵게 섭외한 전기전문가 P 형님 이다.

실무에서 다져진 능숙한 손놀림과, 역시나 실무에서 다져진 거침없는 입담을 가지고 교육에 열중하고 계시다.

 

 

 

 

 

제작 교육은 부산 망미동 소재의, 전기강사님 집 근처, 상가건물 앞, 저 멀리 광안대교가 굉장히 제한적으로 보이는,

플라스틱 벤치에서 이루어졌다.

강사 님께서 적절한 비유를 통해 수강생들의 흥미를 계속해서 유발시켜 주신 덕분에,

한 시간 조금 넘게 이루어진 교육시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다.

그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진 탓일까? 대표님께서는 강의료로 한화 700원을 지급했다. 

시급 700원 받으면서 아무나 저 정도 미소 지을 수 있는게 아니다.

저 환한 미소는 P형님의 고객만족 서비스 정신과 아름다운 마음씨 그 자체다.   

 

 

 

 

 인청공단의 모기업인, 아속빌리지(http://asokvillage.com/) 대표님 역시 물자 조달이 필요해서 부산 진시장에도 들렸다.

상가건물안에 각양각색의 가게들이 빼곡히 차 있었다.

수십 년동안 같은 공간에서 같은 장사를 하신 그 분들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감광기 재료사기는 구실에 불과 했고, 오늘의 대의는 여기에 있었다.

초장을 미나리님이 서포트해주는 놀라운 횟집. 거기다가 미나리 무한리필이라니.

횟집 사장님은 공익의 의미를 아시는 분인 듯 하다.

소소한 지출은 아끼고 아꼈지만 이 순간 술값 만큼은 아끼지 않던 사람들 !

멋지다.

 

 

 

 

 

마지막 사진은 P형님 집 근처의 꽃길이다. 그 길을 지나갈때 마침 바람이 살짝 불어와 꽃잎이 휘날렸다.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라는 진부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던 오후의 봄날.

인청공단의 앞날도 이렇게 꽃잎이 깔리어서 그 길을 사뿐히 즈려밟고 나아갔으면 좋겠다.